이 글에서는 1930년대 문인들의 사적 서간이 출판화되는 한 과정을 고찰하였다. 이광수, 장혁주, 임화, 박태원 등의 문인 서간이 어떻게 잡지와 서간집 등 인쇄매체에 정착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여 ‘공간된 문인 서간’의 존재양상을 분석하였다. 이들 편지는 『신동아』 잡지의 기획기사로 게재되어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삼문사의 『조선문인서간집』으로 출판되어 인기를 얻었다. 문인 서간은 개인 간의 문안이나 사교의 통로보다는 인쇄물을 통한 문학적 매체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문학을 표방한 상업적 전략의 산물이기도 하였다.『신동아』서간 기획물이 단행본으로 편찬, 유통되어 인기 상품이 된 것처럼, 『조선문단』, 『조광』, 『문장』 등 1930년대 잡지에 문인 서간을 게재하는 기획과 그 기획물을 서간집으로 유통하는 것은 당시 출판 자본의 일상적 유행이었. 유명 문인들의 필사본 편지가 ‘서간-서간문-잡지-출판사’라는 일종의 출판 상업주의 시스템으로 유통되면서 ‘인쇄된 근대 서간’이 문학 지향과 상업성을 띠게 되는 물질적 토대로 작용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