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협정 체제에서 "동종상품"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 개념은 GATT/WTO협정 체제에서의 비차별원칙을 규율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전제가 되며, 반덤핑협정 등 무역구제규범에 있어서 WTO회원국 조사당국이 불공적 무역행위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항시 선결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이다. 이렇듯 중요한 법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GATT 등 대다수 WTO협정에서는 그 정의를 별도로 하지 않고 있고, 동종상품 정의규정을 두고 있는 일부 협정의 경우에도 규정상의 추상성 내지는 모호성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예를 들어, WTO협정의 반덤핑규범에 있어서, "동종상품"의 개념은 덤핑마진과 국내산업 피해여부 판정에 있어 핵심적인 판단요소로서 작용한다. 즉 동종상품 개념은 조사대상상품의 범위와 그에 따른 조사개시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덤핑수출자의 수출국 시장에서의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어 덤핑마진의 산정에 영향을 미치며, 조사당국이 덤핑으로 인한 피해판정에 있어 국내산업의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 이후 그에 따라 피해 유무와 정도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렇듯 반덤핑조사절차에 있어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반덤핑협정은 동종상품을 단순히 고려중에 있는 상품과 "동일한" 즉 "모든 면에서 같은" 상품, 그러한 상품이 없을 경우 모든 면에서 같지는 않으나 고려중에 있는 상품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갖는 다른 상품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추상적 정의규정은 동종상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지침도 제공해 주지 못하며, 그 결과 동종상품 개념이 신축적으로 해석되어 반덤핑조치가 보호무역주의의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고에서는 첫째, 동종상품 개념과 관련하여 가장 빈번하게 분쟁이 있어왔던 GATT 제I조와 제III조에서 동 개념이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를 검토하고, 이들 규범에서 발전되어 온 동종상품 해석기준이 GATT/WTO협정상의 반덤핑관련규범에도 적용 내지는 준용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논의하였다(제II절).
둘째, GATT/WTO협정상 반덤핑규범에서 동종성의 개념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 왔는지를 판례의 입장, 관련 규정의 입법과정, 일부 주요국들의 반덤핑실무를 검토하였다. 그를 바탕으로 현행 반덤핑협정상 동종상품 정의규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고찰하였다(제III절).
셋째, WTO 보조금협정과 세이프가드협정에서 동종상품 개념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반덤핑협정의 동종상품 개념과 비교하였다. 그를 바탕으로 현행 반덤핑협정상 동종상품 정의규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고찰하였다(제IV절).
마지막으로, 상기 논의들을 종합하여, 현행 반덤핑협정상 동종상품 정의규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입법론적 측면에서 당해 규정이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지, 그 개정가능성과 구체적인 개정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였다(제V절).
본 연구를 통해 저자는 WTO 반덤핑협정상의 동종상품 개념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못한 규범이며, 기존 GATT 제VI조의 법적 지위와 입법취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도 못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의 복잡한 국제무역체제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국가들간의 첨예한 이익대립 내지 상충을 예방하고 반덤핑조치의 남용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반덤핑협정상의 동종상품 정의규정은 조속히 보완되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