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국경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실천이 상존하고, 그 국경에 대한 다양한 읽기를 한국어로 하면서 네 집단이 어우러진 삶의 터전이 있다. 그곳은 중국의 최대 국경도시 단동(丹東)이며, 북한사람·북한화교·조선족·한국사람들이 국경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다. 네 집단의 경제적 교류는 한국어가 매개체 역할을 한다. 즉 그들은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소통하면서 경제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어는 그들에게 살아가는 삶의 도구이자 근거의 역할, 다시 말해서 경제자본이자 사회자본의 바탕이다.
그들은 단동에 경제적 이윤 추구가 가능한 중·조 국경이 있기 때문에 모여들었고, 이 국경은 한편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구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의 관계에는 국민 혹은 민족의 연결고리와 엇갈림 그리고 모호한 기준이 교차한다. 국민과 민족에 따라 넘나들기의 허락과 제한이 있는 중·조 국경은 그들에게 국민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정립하는 기회가 된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활용하는 삶의 수단과 전략들은 그들의 국민과 민족 정체성을 이용하는 방식을 알아가게 한다. 그들은 때로는 국민과 민족에 뿌리를 두고, 때로는 두 정체성에 무조건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국민과 민족 정체성은 드러내기, 감추기, 넘나들기, 확인하기 등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네 집단의 국민과 민족 정체성에 대한 전략들은 국민과 민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상상력의 확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 등을 자원화 하는 네 집단 간의 정체성의 정치로 접근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