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는 몸으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문화 양식이다. 이러한 의례에 대한 관심은 사상이나 언어 중심에 치중되었던 인간 이해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의례가 몸의 언어라는 것에만 집착한다면 의례가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의 역할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마술사의 화려한 동작 속에 지팡이를 비롯하여 손수건, 카드, 모자 등 각종 도구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은 의례의 공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