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京都) 지온인(知恩院)에는 지장시왕도와 지옥 장면을 한 화면에 모두 담은 독특한 화면구성의 조선불화 1점이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은 지옥에 빠져 고통 받는 중생의 구제를 서원으로 삼은 지장보살과 함께 지옥의 심판관 역할을 하는 시왕은 물론 18가지 지옥의 모습까지 모두 표현하고 있어 명부신앙(冥府信仰)을 구체적으로 도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상은 현존하는 불화가운데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다양한 지옥 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조선불화 연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화기를 통해 발원자와 봉안처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자수궁이라는 궁가(宮家)에 봉안되었다고 알려진 유일한 불화이므로 조선전기 왕실 여성의 불사와 관련하여서도 주목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