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럽재정위기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있는 것은 PIGS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정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PIGS 국가들의 행동을 유발시킨 구조적인 요인들을 도외시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글은 PIGS 국가들의 결과론적인 행위보다는 유로존의 모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구조적인 시각에서 유럽재정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이 글은 위기의 원인이 주변부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정책보다는 중심부 국가인 독일의 유로중상주의로의 전환 그리고 이와 함께 발생한 임금억제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즉 독일의 유로중상주의 및 임금억압정책은 유로존 내 주변부 국가들에 대한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을 재정위기로 몰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 유럽재정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통화통합에 따라 발생한 통화영역의 문제를 노동영역에 전가시키는 가운데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적 성격을 띤 분배의 위기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