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근대 한국에서 전개된 민족주의운동의 정치사상을 정리하는 대과제의 일부로서, 특히 삼일운동후 1920년대-40년대에 전개된 합작통일운동의 그것에 대해 살핀 것이다. 한국민족주의는 삼일운동후 민주공화주의에 토대한 임시정부를 결성함으로써 민주적 민족주의로의 사상적 진전을 이룩하였지만, 민족운동진영은 사회주의의 유입과 함께 바로 좌우익으로 분열되게 된다. 그리고 이후 1920년대 중반이후부터 40년대 후반까지 민족운동의 우선과제는 좌우익 분열을 수습하여 통일된 투쟁전선과 자주독립역량을 형성하는 일로 집약되게 된다. 합작통일이야말로 적을 물리치고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데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제에 부응하여 전개된 것이 바로 1920년대 중반 이래 유일당운동과 민족연합전선운동 또는 좌우합작운동이라는 이름하에 전개된 일련의 합작통일운동이었다. 이 합작통일운동은 물론 역사의 추이가 증명하듯이 실패로 돌아갔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한국현대사의 아픈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운동이 정치사와 사상사에서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크다. 이 합작통일운동은 민족주의라는 기준에서 보면 한국사 속에서 가장 전형적이면서 치열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말이후 본격화한 한국 민족주의는 이 합작통일운동에 이르러 그 민족의식과 실천에서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합작통일운동은 통일을 위한 지도이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라는 근대 세계의 양대 이데올로기와 씨름해야 하였으며, 좌우 사상의 장단점을 지양종합하면서 동시에 민족의 현실과 전통에 부합한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민족의 안전과 통일에 그치지 않고 인류평화 문제도 고민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상적인 국가와 정치에 대한 많은 독창적 이론과 명제들을 창출하였다. 삼균주의나 신민족주의, 조선적 민주주의, 신형민주주주의, 삼본주의, 대공주의 등이 그것으로, 이 합작통일운동 시기는 한국 정치사상사 전반을 두고 보더라도 그 사상적 성과와 축적이 부각되는 시기였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