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호식과 호환 등으로 실제 생활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기록 속에 나타나는 호랑이는 실제 피해를 입히는 맹수라는 의미보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과 연결되는 일종의 기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은 호랑이처럼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두려움과 공포는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억압된 타자, 지배 질서 안에서 규정된 지식 체계에서 배제된 이질적인 것들과 대면하게 되었을 때에 생겨난다. 호랑이가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타자화된 대상을 표상하는 것이라면, 대상이 표상하는 바는 역사적으로 다르게 구성된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제거하여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식, 또 하나는 대상을 지배 질서의 체계 안으로 재배치화 시키는 방식을 통해서 공포를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특히 이 글은 조선 시대 여성들의 타자화된 욕망에 주목하고 이것이 어떻게 호랑이 표상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여성-호랑이담을 통해 밝힐 것이다.
호랑이를 퇴치하거나 감화하는 주체는 유학자, 효자, 의녀, 열녀들이다. 효자나 열녀에 의해 퇴치되거나 감화되는 호랑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허구적으로 꾸며진 사건들이다. 이러한 황당한 허구를 가능하게 하는 상상력은, 호랑이가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두려움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호랑이가 환기하는 바는 호환이라는 실제적인 두려움뿐만 아니라 지배 질서에서 타자화된 대상이다. 그러므로 호랑이를 퇴치하거나 감화하는 주체는 지배 질서의 수호자가 그 역할을 한다.
조선 시대의 여성이 유가 질서 내에서 여성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식에 대해서는 어머니로서, 죽은 남편에 대해서는 열녀로서 혹독한 성적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열녀전은 유가 질서 속에서 여성을 여성 주체로 만드는 담론으로 여성의 욕망은 드러나지 않는다. 서경창의 ?영남효열부전?과 이옥의 ?협효부전?은 표면적으로는 열녀가 호랑이를 감복시킨 이야기이지만 열녀의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읽어볼 수 있다. 열녀는 남성 사회에서 부과한 열녀로서의 자아가 의식을 지배한다. 억압된 또다른 자아가 내면에서 요동치더라도 그것 때문에 갈등하거나 번민하지 않고, 열녀로서의 자아를 지킨다. 그러나 ?영남효열부전?, ?협효부전?의 열녀의 자아는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는데, 이것은 호랑이를 통해 드러난다. 작자가 반가부장제, 탈가부장제를 지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화된 신체인 열녀와 타자화된 여성의 욕망이 갈등하고 분열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열녀담보다 문제적인 작품이다.
이덕무가 창작한 ?궤호설?은 전형적인 어머니-여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노파에게 중요한 것은 ‘모성’이 아니라 욕망(식욕) 충족이다. ?궤호설?에서 이 노파는 호랑이를 만나면서 노파에게 남았던 모성은 사라지고 욕망 속으로 빠진다. 마을 사람들은 노파를 ‘미친[狂]’ 사람으로 취급한다.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를 ‘광(狂)’이라고 한다면, 정상/비정상의 경계는 ?궤호설?에서는 공동체, 즉 노파의 마을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마을 사람들이 물도 불도 나누어 쓰지 않았다는 것은 공동체의 규율을 어긴 자에게 가하는 제재이다. 노파의 죄목은 여성으로서 금기시되었던 욕망을 표출한 것이다. 여성들의 욕망은 재현될 수 없기 때문에 낯설고, 생소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익숙하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여성의 억압된 욕망을 드러낸다면, 결국 남성의 언어로 포획되어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여성-호랑이담은 남성들의 표상체계에서 재현될 수 없는 여성의 욕망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의 형식이다.Before the modern times, the tiger had been an object of fear or extermination in people’s life as described by Hosik(‘eaten by a tiger) and Hohwan(‘a disaster brought by a tiger’). The feeling of fear and tear arises from objects like a tiger that threaten life. Fear and terror happen in ‘others’ suppressed by ruling ideology or when one is faced with a heterogeneous thing excluded from the knowledge system defined within the ruling order. Although terror and fear are innate emotions, they are embodied into social and historical realities. In particular, this study purposed to explain how women’s otherized desire in the Chosun Dynasty was represented by the tiger based on stories on theme of tiger-woman.
Women in the Chosun Dynasty were strictly controlled by the Confucian order forcing them to live as a sincere mother for their children and as a chaste wife for their deceased husbands. The representation of a tiger is composed of otherized objects in the ruling order. In the Confucian society of Chosun Dynasty, women's desire was otherized.
Although women in the Chosun Dynasty can speak, it is impossible for them to give a voice to their desires because they speak through the virilized body. Desires otherized in the Confucian order cannot be expressed easily in word. It is because women's otherized desires cannot be recorded in men's language. Nevertheless, the otherized desires do not disappear but try to return at every opportunity. When something suppressed is exposed outwardly, it appears in an ‘abnormal’ form. Stories on the theme of woman?tiger show that women's desire and ideology conflict and dissoci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