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의학은 모두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 문학에는 질병, 의사, 병원과 같은 각종 의학적 소재들이 가득하고, 의학 또한 환자의 이야기를 중시하는 문학적 전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문학과 의학의 만남은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런 문학과 의학의 만남을 ‘질병’과 ‘이야기’라는 두 열쇳말을 중심으로, 이야기로서의 질병체험과 투병기, 타자에 대한 윤리와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의학, 의학 속의 문학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문학은 질병에 대한 개별 인간의 체험을 이야기로 그려내는데, 이 이야기에는 질병을 앓고 있는 이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의 삶, 그리고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들이 모두 담겨 있다. 따라서 의학은 이런 질병 이야기를 통해 환자의 주관성과 주체성이 발현되는 장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문학은 의학으로 하여금 질병과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깨닫게 해주고, 고통의 형상화를 통해 타자에 대한 공감과 윤리의 길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의학은 문학적인 개념과 도구를 이용하여 현대의학의 지배적인 의학적 서사, 즉 객관성을 강조하면서 주관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관습적인 서사틀을 바꾸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해오고 있다. 결국 문학과 의학의 만남은 ‘문학 속의 의학’에서 ‘의학 속의 문학’으로 그 관심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 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