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만 행정부는 왜 한국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 글의 목표는 한국전쟁 기간 트루만 행정부의 핵무기 불사용 결정의 원인을 상황적 억제모델의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전쟁 이후 인류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와 핵무기의 사용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한국전쟁에서 트루만 행정부의 핵무기 불사용 결정에 관한 기존 연구는 합리적 선택 이론과 인지적 선택 이론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합리적 선택 이론에 기반한 기존 연구는 이론적 측면은 물론 경험적 측면에서도 그 한계를 지적받아왔다. 이러한 합리적 선택 이론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지적 선택 이론이다. 인지적 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트루만 행정부가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금기와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트루만 대통령의 인식 때문에 한국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글은 인지적 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도 트루만 행정부의 핵무기 불사용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한국전쟁에서 트루만 행정부의 핵무기 불사용 결정을 상황적 억제모델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상황적 억제는 전쟁으로 인해서 발생한 손실인 ‘전쟁 손실’과 핵무기 사용으로 인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인 ‘핵무기 위험’에 따라서 핵무기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상황적 억제는 트루만 행정부가 핵무기 사용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핵무기 위험 즉 국제적 위신의 손상, 핵무기 능력의 제한, 확전 가능성 등이 전쟁 손실보다 컸기 때문에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억제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전쟁에서 핵무기 위험이 큰 경우 핵보유국의 핵무기 사용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핵무기 위험이 작거나 핵무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경우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