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강대국화 이후 중국 민족주의가 전통적 중화주의 요소, 근대 혁명 시기의 국가주의적 저항 민족주의 요소, 그리고 강대국화 이후의 자긍적·공세적 민족주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 세 가지 얼굴의 민족주의는 역사적 맥락의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중층화(layering)’되면서 구성된 것이다. 즉 19세기 말 이래 전통에서 근대로,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강대국화 과정에서 중국 민족주의의 변천은 기존의 것을 대체(replacement)하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출현이 아니라, 기존의 구성요소 위에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는 중층적 전환이며 재배열(reconfiguration)되는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중국 민족주의와 국가 정체성을 개혁개방 이후 시대의 산물로 이해하기보다는, 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중층적으로 누적된 제도 변천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중국의 국가 정체성은 이들 세 가지 특성의 민족주의 구성요소가 상호 경쟁하면서 변용되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