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은 서구적 근대를 보편으로 삼았던 모더니스트였다고 평가되었다. 그래서 김기림 하면 흔히 지성, 서구적 보편으로서의 근대를 지향한 모더니스트, 과학적 정신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진정성을 근저로 한다는 모더니스트의 고통을 깊이 들여다본 연구가 축적되면서 김기림의 모더니즘이 서구추수적이고 피상적이었다는 비판은 극복되어 왔다. 김기림에게 모더니즘 작가란 사회주의의 편내용주의를 극복하고 언어와 감성의 세련을 위해 분투하며 그 양자의 결합을 시도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노력은 세계문학화를 지향한 조선 문인의 고심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그가 식민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자각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김기림의 인식이 자신의 예술활동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며 어떠한 방법을 통해 구현되었는지 명확히 구명(究明)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기림은 자신의 문단 내 위치를 1930년 초중반 문단을 주도했던 모더니즘 작가로 규정하면서 1930년대 말 모더니스트 작가들이 모더니즘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그의 문학적 정수가 1930년대 초중반에 있다는 중요한 고백이기도 했다. 김기림 문학의 정수가 1930년대 초중반에 있다면 이 시기 시론이나 시뿐만 아니라 소설과 희곡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김기림의 근대 인식과 그 재현 방식, 프로문학과의 관계, 전체시론 형성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