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와 전후에 이르기까지 이민족간의 연애 이야기 속 피지배국 여성의 역할을 연기해온 여배우의 페르소나에 주목하여, 식민주의적 남성주체의 욕망이 투영되는 ‘국제연애’의 성립 구도를 전후 ‘조선인 위안부’ 표상을 둘러싼 조우․충돌로부터 고찰한 것이다. 리샹란(李香欄)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와 전후일본에 걸쳐 일본의 식민주의적 욕망․감상을 체현해온 인물로, 그녀가 연기하는 ‘국제연애’ 이야기에 전전과 전후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기억․욕망의 양태가 투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만영의 스타이자 ‘매혹적인 타자’로 ‘내지’ 일본인에게 어필했던 여배우 리샹란이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와 야마구치 요시코(山口淑子)로 영화 「새벽녘의 탈주(暁の脱走)」의 ‘조선인 위안부’ 표상과 조우․충돌하는 과정을, 만영의 프로파간다 영화 「지나의 밤(支那の夜)」과 헐리우드 영화 「동경 암흑가 대나무의 집(東京暗黒街․竹の家)」을 시야에 넣고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중국․조선․일본의 피지배국 여성의 역할을 연기해온 여배우의 페르소나와 식민주의적 욕망이 조우․충돌하는 지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여배우 리샹란의 신체․이미지를 매개로 하는 국민적 공상의 체계가 어떠한 국제연애의 레토릭 위에서 성립되고 있는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