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북한 민법의 대리제도에 대해서 대리제도의 본질ㆍ종류와 대리의 3면관계(대리권, 대리행위, 대리의 효과)와 복대리, 무권대리 등을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우리 민법의 대리제도와의 상이점을 밝힘으로써 장차 통일 민법을 제정할 때에 북한 민법의 대리제도 중 수용이 가능한 것과 그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있다.
먼저 북한 민법은 대리의 종류에 있어서 법정대리와 별도로 우리 민법의 임의대리와 비슷한 위임대리로 나누어 다루는 점, 본인ㆍ대리인의 사망, 대리인의 행위능력상실을 대리권의 공통된 소멸사유로 하는 점과 본인의 위임취소와 대리인의 위임거절을 위임대리의 특유한 소멸사유로 다루는 점, 대리행위에서 이론상 현명주의를 취하면서 그 효과에 관해서 본인에게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대리행위의 하자에 대하여 이론상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 본인의 능력으로 권리능력만을 요하는 점, 이론상 복대리를 인정하고 있는 점, 무권대리와 관련해서 이론상 본인에게 추인권을 인정하는 점 등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남북한 대리제도의 유사점은 장차 이루어질 통일에 대비하여 남북한 법률행위 중 대리 규정의 통합 및 그 수용가능성을 제고시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북한 민법이 대리행위(대리의사의 표시와 현명하지 않은 대리행위, 대리행위의 하자)에 대한 규정 및 복대리와 무권대리의 효과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표현대리를 비판하면서 이를 협의의 무권대리와 구별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은 우리 민법과 달리 북한 대리제도의 단순성과 비체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민법은 대리제도의 목적으로 인민경제계획과제의 원만한 수행을 강조하면서 이에 따라 권리주체 중 자연인(공민)보다 사회주의적 조직인 법인을 우선시하는 점, 대리권의 소멸 중 ‘대리인의 파산’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위법적 대리행위에 대하여 민사책임의 심리만으로 행정적ㆍ형사적 책임도 병존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은 우리 민법과 달리 대리제도를 통치관계의 일환으로 이해하여 공법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남북한 대리제도의 접근의 한계점인 동시에 통일 민법 제정에 수용의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 민법과 달리 북한 민법이 대리인은 행위능력자일 것을 요하도록 하고 있는 점(32조 2항), 대리인의 성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는 점(35조), 우리의 수권행위에 해당하는 위임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본인이 상대방에게 대리권의 범위를 명백히 하도록 강제하는 점(34조) 등은 보다 대리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법 내지 통일 민법에의 수용가능성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