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주 법천사지에서 출토되었거나 수습된 고려시대 불교조각에 대해서 살펴본 글이다. 법천사지 출토의 불교조각품은 완전한 상태의 것은 없고 대부분 훼손되었거나 작은 파편에 불과하지만 불, 보살상을 비롯하여 공양상, 석등 화사석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조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나말여초 이래 고려시대 중기까지 크게 융성했던 법천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출토품들 가운데 석조공양보살상의 하체부분은 법천사의 탑 앞에 공양상이 안치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며, 연산 개태사와 오대산 월정사, 강릉 신복사지의 공양보살상과 같은 동일한 형식의 고려시대 공양보살상들에 비해서 조각적으로 이르다고 판단되는 요소도 발견된다. 법천사지 탑비전지에서 출토한 석등의 화사석편에는 이 공양보살상들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공양상이 부조되어 석탑 앞에 놓였던 공양보살상의 도상이 석등의 장식에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출토된 사자상의 몸체를 통해 법천사에 쌍사자가 받치고 있는 석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머리 정상이 높은 보살상은 ‘미륵’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도상의 보살상이 법천사에 봉안되어 있었음을 알려준다.
법천사지출토의 고려전기의 불교조각들은 사실적인 표현과 섬세하고 부드러운 조형성 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각적 특징은 아마도 당시수도 개경에서 유행했던 불교조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법천사가 개경의 사찰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중앙지역의불교미술이 법천사에 이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