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제국을 건립한 秦․漢帝國이 ‘문서행정’의 제도를 기반으로 방대한 영역을 통일적으로 지배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 ‘문서행정’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용되게끔 한 것이 바로 帝國의 각지에 설치되어 있던 여러 종류의 郵傳기구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일전에 秦漢代 각 郵傳기구의 정비 과정과 이를 활용한 문서전달체계에 대해 논문을 집필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자료 및 지면의 한계로 인해 漢代의 중요 郵傳기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傳(舍)에 대해 기술하지 못했고, 몇몇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결하지 못한 채 논문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簡牘자료의 출간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를 분명히 정리하고 불명확했던 기존의 논지를 수정 및 보완할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
본고에서 살펴본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前漢 중기 ‘置’ 설립 이후 郵는 內地에서 置를 보조해 소규모 郵傳기구로 그 성격이 전환되었으며, 기존 步行을 위주로 하던 郵의 문서전달방식도 점차 驛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고 郵의 설치간격 역시 30里 정도로 확대되었다. 둘째, 漢初의 ‘置’는 縣의 관할 하에 있는 관서인 ‘廐’의 설치 장소를 의미하는 ‘廐置’를 가리키는 것이며, 前漢 중기 이후 ‘廐置’는 대규모 종합 郵傳기구인 ‘縣廐置’로 전환되었다. 셋째, 傳舍는 출장이나 여행 중인 관리에게 숙박 및 교통수단인 傳車를 제공하는 시설로 縣城을 단위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縣과 縣 사이가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置에도 설치되었다. 넷째, 漢代에 ‘驛’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單騎馬를 가리키는 ‘驛馬’의 뜻으로 사용되었지만, 경우에 따라 소규모 郵傳기구인 ‘騎置’, ‘郵’, ‘亭’ 등을 ‘驛’으로 통칭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