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독자들은 물론 일부 라틴아메리카 문학 전공자들에게까지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작품은 의미가 쉽게 포착되지 않는 ‘난해한 문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환상문학’의 장르적 범주로 분류되지만, 전통적인 환상문학적 이론과 세계관으로는 그 의미가 해독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환상성이란 일상적인 ‘현실세계’에 ‘초자연적’인(설명불가능한, 혹은 불가능하거나 비정상적인) 요소가 개입함으로써 야기되는 자연/초자연, 현실/비현실, 이성/비이성적 질서의 갈등과 충돌을 서사의 기본구도로 삼고 있는데, 꼬르따사르의 작품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환상성의 장르적 특징들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꼬르따사르의 문학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소위 ‘신환상성’이라는 -환상성과는 다른- 이론적, 세계관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이 프레임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환상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꼬르따사르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1983년 하이메 알라스라끼가 펴낸 작가에 대한 연구서 『유니콘을 찾아서: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단편들』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라스라끼는 꼬르따사르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전통적인 환상성과 구분되는 이른바 ‘신환상성’의 개념을 정초(定礎)한 후, 이를 하나의 미학적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이 논문은 알라스라끼의 신환상성의 이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적 메타포와 구분되는 니체적 메타포의 개념을 중심으로 꼬르따사르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텍스트로는 작가의 가장 널리 알려진 두 편의 단편인 「파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와 「점거된 집」을 대상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