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중국 상왕조의 갑골문을 종교적 매개의 관점에서 조명하였다. 갑골문은 상왕조의 문자로서 점복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상왕조의 점복은 국가 제도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활용되었다. 상왕조의 점복이 지닌 특징은 점복의 시말을 문자를 이용하여 기록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자 기록은 점복이 시행된 갑골 표면에 칼을 사용하여 새겨졌다. 이글은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하였다. 상왕조에서 점복의 전말을 문자로 기록한 의도는 무엇일까. 문자가 종교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종교는 문자의 힘에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본고는 다음의 입장을 취하였다. 첫째 상왕조에서 문자는 신언(神言)의 해독 능력을 시각적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점복 담당자들의 의도와 결부된다. 둘째 상대 문자는 역사적 시간을 발생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셋째 상대의 문자는 역설적으로 역사적 시간을 극복하는 동력이기도 하였다. 상대 말기 형성된 주제(周祭)는 역사적 시간을 해소하는 장치로서 기능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주제가 문자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