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그리스도교 전통이 ‘부활의 첫 증인’으로부터 ‘회개한 창녀’까지 복합적 이미지로 기억해온 막달라 마리아가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 《마리아 복음》에서 어떻게 종교적 권위를 입증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어 남성 중심적 구조 안에서 권위 있는 말을 시도한 세 여성의 사례에 대한 브루스 링컨의 분석을 《마리아 복음》에서 막달라 마리아의 권위화 양상과 그녀의 복합적 전승들에 적용해보았다.
신약성서에서 십자가 수난과 부활한 예수의 증인이며 ‘사도들의 사도’로 묘사되기도 했던 막달라 마리아는 그리스도교가 제도화되면서 권위의 장에서 사라진 여성들에 속한다. 예수 이후 권위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경쟁과 논쟁을 거쳐 형성된 그리스도교 주류 전통은 예수를 따르던 여성들을 배제함으로써 열두 제자와 사도전승으로 이어지는 권위구조를 확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 복음》의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인정과 그녀의 영적 자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종교적 경험(환상 속에서 예수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다른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즉 말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예수의 대리자로 권위화하고 있다. 즉 그녀는 그리스도교의 공동체를 이끄는 사도의 권위, 즉 진리를 가르치고 전하고 말할 수 있는 권위를 주장하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와 같은 주도적인 초기 그리스도교 여성들의 자취는 남성 중심의 사도권이 자명하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여성 제자들에 대한 침묵과 배제, 혼합을 통한 몰 개성화와 같은 정교한 주석적 작업의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마리아 복음》의 막달라 마리아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의해 박제되거나 주변화되어 종교적 경험과 실천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대상화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종교적 성취를 통해 예수의 인정을 받아 젠더화된 남성의 우위성에 도전하고, 환상과 예언적 힘에 의지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젠더 역할을 벗어나 권위화된 공간자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마리아 복음》에 드러난 막달라 마리아의 종교적 권위는 사도성과 비전의 담지자로서 남성 중심적 권위가 젠더화된 것임을 일깨우면서도 ‘그 안에서’, 즉 예수의 예외적 신적 권위를 인정하는 장 안에서 그의 말을 권위있게 전하는 방식으로 확립된다. 이는 기존의 권위의 장을 완전히 벗어나거나 잠재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대항 담론이나 권위를 가진 남성과의 혼인을 통한 여성의 권위화 유형과는 구별될 필요가 있으며, 예언자 시빌라 유형을 구조적으로 연상시키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의 망각된 여성 성직자 모델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마리아 복음》은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제공한다기보다, 초기 그리스도교사에서 잊혀지고 배제된 여성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종교적 실천의 전통을 재구성하고 음미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종교사의 전통을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잊혀진 여성들의 자취와 흔적들을 기억하고 발견해 내 그들의 종교적 경험과 종교적 성취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남성 사제층의 작품이며 전유물이었던 종교 문헌들에 바탕한 기존의 종교사 서술에 대한 반성적 작업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