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사설시조에 나타난 풍류의 양상을 고찰하고 이것이 미적 범주와 어떤 상관성을 맺으며 이 갈래만의 미학적인 특징을 드러내는가를 한번 살펴본 것이다. 사설시조의 풍류는 전대 시가의 풍류와 일면 비슷하기도 하지만 전대와는 또 다른 풍류 상들을 보여주면서 조선후기 새로운 문화적 지형도를 제시해 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크게 ‘자연 친화’, ‘음주가무’, ‘성적 일탈 및 쾌락’의 세 가지 키워드를 미학적 차원에서 풍류 개념의 핵심 요소로 보고, 시조문학 전체에서 발견되는 풍류 양상과 그 속에 담긴 풍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먼저 사설시조에 나타난 풍류의 한 양상을 고찰하였다. 우선, 사설시조에는 자아의 풍류와 타자의 풍류가 발견된다. 전자는 시적 화자가 풍류 현장의 주체인 경우로, 대체로 자연과 더불어 物我一體하는 여유롭고 한적한 풍류, 육체적 悅樂과 일탈에서 오는 쾌락적인 풍류, 삶의 고단함과 결합된 인생무상과 취락의 풍류 등 다양한 양상을 드러낸다면, 후자는 시적 화자가 풍류 현장을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하는 경우로서, 작품에 제시된 풍류는 ‘너’의 풍류이자 목격된 풍류라는 특징을 보인다. 대체로 욕망 결핍과 부재의 정서, 하나의 화제로서 장면 속에 삽입되는 방향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 풍류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의 미학적 질서를 보여준다. 하나는 자연합일, 歌舞와 宴樂, 풍류 대상과의 동일화 등에서 오는 풍류와 우아미(수평적인 웃음)의 미적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 및 ‘성적 담론’에서 오는 풍류와 골계미이며, 마지막 하나는 노는 것 자체의 추구와 타자의 풍류를 욕망하는 가운데서 제시되는 희비극성이 바로 그것이다. 우아미를 미적 기반으로 하는 풍류에서는 주로 도가적 초월 의지, 삶의 여유 및 閑寂, 동일화, 서정시적 성격 등을 읽을 수 있다면, 골계미와 희비극성을 미적 기반으로 하는 풍류에서는 난장판의 한 문화, 삶에의 긍정성, 낙관주의, 소통과 화합, 다원주의 세계관, 열림의 미학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중, 우아미와 결부된 풍류가 대체로 양반들의 풍류, 중세적인 풍류, 정태적인 면모 등을 보여준다면, 골계․희비극성과 결부된 풍류는 기존의 미학적 질서와는 다른 방향, 곧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의 생기발랄함, 동태적인 세계관, 서민들의 풍류, 축제성, 근대적인 일면 등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