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내용은 ‘어떻게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메를로퐁티의 입장에서 제시하는 것이다. 메를로퐁티가 공감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철학에 제시된 공동신체성 개념을 통해 공감이 가능해지는 토대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
공감은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성립하기 때문에 공감의 토대를 해명하려 한다면 타인의 주체성에 대해서도 해명해야만 한다. 그런데 타인의 주체성은 몸과 마음/의식에 대한 이분법 위에서는 해명되지 않는다. 메를로퐁티의 학문적 동료인 사르트르는 심신이원론에 대한 존재론적 극복을 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주체성과 타인과의 공감은 설명하지 못했다. 이와는 달리 메를로퐁티는 인간을 신체적 존재로 파악하고, 세계 및 타인과 존재론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공감의 토대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인간과 세계의 연속성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사유를 통해 공감의 정도 차이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그리고 연대의 필수조건으로서의 공감을 확대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