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재일작가 가네시로 가즈키(Kaneshiro Kazuki)의 소설 『GO』를 ‘타자와의 공감’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한 것이다. 공감 개념은 기본적으로 타자를 전제로 하며, 타자와의 공감(교감) 형성을 통해 자기변화를 꾀하고, 종국에는 상호변화에 이르러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자, 문화적 정체성의 혼동을 겪는 자들을 사회시스템 안에 포용되는 길이 예비될 수 있다.
그런데 『GO』에서 타자는 소통이나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히 ‘적대적 타자’로 묘사돼 있다. 그 결과 주체와 타자, 중심과 주변, 지배와 종속, 재일한인과 일본인 간의 위계적 구분과 차별로부터 야기된 문화적 폭력과 사회적 소외를 극복해보려는 노력은 남녀 주인공 간에도 그리고 이들에 내외접하는 등장인물들 간에도 전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배타적 문화로 코드화된 주체들의 타자에 대한 비공감(반감)이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문제의 타자 물음’을 현대와 같은 다문화시대에 즈음해, 소설 제목 ‘GO’가 암시하고 있는 바 그대로, 과연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가야만 인류가 이제 더 이상 문화적 갈등이나 반목 없이 공생, 상생의 목표에 이르게 될지, 본고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