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표는 아렌트 정치판단 이론에 내재하고 있는 역사판단과 정치판단의 긴장 관계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것이다. 아렌트의 심미화된 정치판단 이론은 서구 정치철학의 독특한 이론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판단에 대한 해석을 두고 주석가들의 상이한 견해가 존재한다. 특히 정치판단이 행위자보다 관망자의 관점에서 불편부당성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렌트의 주장은 역사판단과의 유사성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선다. 이 글에서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첫째, 아렌트의 정치판단 이론이 역사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정치판단과 역사판단이 동일구조임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 나는 아렌트의 이런 입장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도덕 판단이 이 둘 판단 모두에서 요구됨을 보여준다. 내 주장은 역사 판단과 정치 판단에서 도덕 판단이 배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칸트의 희망 개념에 의거해 도덕 판단이 제도적 차원에서 변증법적으로 매개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여기서 ‘교화된 공중’이라는 시민의 관점이 요구되는 이유가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