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시대 일본의 결혼제도는 일부다처제에 ‘무코이리콘’ 방식이 대표적이었고, 이는 결혼하면 부인이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남편이 부인의 집으로 다니거나 부인과 함께 거주해서 사는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밤에 부인의 집을 방문해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는 일찍 자기의 집으로 돌아오는 형태를 취했는데, 남자는 몇 명, 또는 수십 명이라도 아내 또는 애인을 둘 수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의 집을 밤마다 번갈아 가며 방문하는 것이 헤이안 시대 일본의 일부다처제의 형태였다.
이와 같이 다른 부인이 존재하고, 남편이 자기를 방문해야 하는 당시의 결혼방식에서는 기다림이란 여성들에게 있어 필연적인 요소였으며, 그것이 결혼생활에 있어 가장 큰 고뇌를 낳는 문제이기도 했다. 기다림의 고뇌는 여성들에게 병 또는 죽음, 인생의 파멸 등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본고에서는 기다림의 고뇌로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 대해 고찰해 보고 전체 여성들의 수에 비하면 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남자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거부함으로써 정신적인 자유를 얻고자 했던 여성들도 존재했던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결혼을 거부하는 것에는 재산권 등이나 결혼제도 등의 문제와 더불어 정신적인 원인이나 귀족들의 체면, 가문과 신분의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도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