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전통적인 바닷길의 속도와 특성이 근대적 선박과 해운업의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 고찰했다. 전통적인 해상교통이 부정기적이고 단절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선과 발동기선이 운항하면서 정해진 일시에 출발하고 거의 비슷한 속도로 정해진 항로를 주파하는 근대해상 교통망이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에 형성되었다. 1900년 무렵 기선들이 처음 운행하며 연안항로가 정기화되기 시작했으며, 1910년대 섬과 항구들이 연결하는 항로망이 체계화되었다. 1920년대 들어서는 발동기선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섬과 항구 사이를 운행하는 일상 노선들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처음에는 총독부나 관청의 보조를 받는 명령항로가 중심이 되었으나 점차 해상 교통이 활발해지면서 해운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항로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근대해상교통이 활발해지면서 섬 주민들의 일상은 자본주의 상품 경제체제 속으로 더 강력하게 끌려 들어갔다. 생활을 위해서는 생산한 어물이나 농산물을 육지로 보내 팔아 오거나 아니면 도시로 나가 노동이라도 팔아야 했다. 교통로 상의 위치와 근대 교통에 대한 접근성이 섬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 경제력도 새로운 해상교통수단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결정했다. 이렇게 되자 계급 간, 중심과 주변 간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었다. 한편 이익 확대에 급급한 해운자본의 등장은 대규모 해운사고를 확산시켰다. 풍랑이나 해일이 아니라 과적과 정원 초과, 과속 등으로 인한 해난사고가 일어났고, 인명피해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속도와 규모만을 키운 식민지 근대의 어두운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