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서는 매년 음력 섣달그믐에 당제를 모셔오고 있다. 당제를 모시는 당집은 1898년 성황사로 지어진 건물이다. 조선시대에 성황사는 국가의 공식종교에서 제사를 모시던 곳이었다. 그러나 1908년 성황사를 비롯하여 관청에서 모시던 지방의 제사제도가 혁파되었다. 더 이상 지방관들이 제사를 모시지 않게 된 성황사를 민간에서 받아들여 민간신앙의 건축물로 사용하게 되었다.
군내리의 당집도 본래 지방관이 제사를 모시는 성황사였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제사를 모시는 당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사를 모시는 주체의 변화에 따라서 신봉되는 신격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주신이었던 성황신이 한쪽으로 밀리면서 중앙은 3존의 여신상이 자리를 차지했다.
당집 속의 여신상은 마을의 풍수지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여신상을 모시게 된 계기가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지금 모셔지고 있는 의미로 보면 거리가 있다. 오히려 3여신상은 무속적인 신격으로 간주되며, 풍요다산과 부귀다남이라는 마을사람들의 집단적 소망을 표상한다. 일종의 성신앙적 생산신 또는 지모신의 성격이 두드러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