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화는 9세기부터 바그다드에서 아랍어로 번역되어 이슬람 문명을 발전시켰고, 그리스 문화를 수용·발전시킨 이슬람 문화는 11세기부터 이베리아 반도 내 코르도바와 톨레도 등지에서 라틴어와 로망스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의 문명개화를 이끌었다. 쓰지 유미(つじ 由美, 2008: 50)는 “그리스 문화를 보전한 이슬람교도들의 번역 활동과 중세 유럽에서 아랍 문화 도입의 중심지였던 스페인 톨레도의 번역 활동을 빼놓고는 유럽이 번역사(飜譯史)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톨레도가 중세 유럽의 번역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인재뿐만 아니라 교회와 왕실의 후원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톨레도의 번역 활동과 관련해서 그간 학계의 관심이 주로 번역자와 번역서, 그리고 톨레도 번역자 학교(La Escuela de Traductores)의 진위 여부에 치중된 것으로 판단하는 바, 본 연구는 번역학자 르페브르(Lefevere, 1992: 15)의 후원(patronage)의 개념에 기대어, 레이몽 톨레도 대주교(Francis Raymond de Sauvetat, the Archbishop of Toledo, 1125-1152)의 교회의 후원과 현왕 알폰소 10세(Alfonso X, the Learned, 1222-1284)의 왕실의 후원으로 나누어 번역 후원 양상을 고찰하고 그 함의를 모색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