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스페인어의 비인칭 존재구문(impersonal existential construction)이 중남미의 많은 지역에서 haber동사의 복수형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비인칭 존재구문에서는 3인칭 단수의 비인칭 동사 ‘hay’가 존재의 의미를 표현하는 동사로서사용되며, 동사를 뒤따르는 명사구는 직접목적어로 기능한다. 그런데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과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존재동사를 뒤따르는 명사구 논항이 복수형으로 나타날 때, 동사가 이명사구에 일치하여 복수형으로 굴절된 형태로 사용되는 ‘haber 복수화(pluralization)’ 현상이 널리 확대되어 나타난다. haber 복수형 구문에서 동사가 직접목적어인 명사구 논항과 수 자질에서 일치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비인칭 존재구문과 비교하여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비인칭 존재구문과 복수화 구문은 공히 장소어구를 기격주어로 취하는 구조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비인칭 존재구문은 기격 주어와 T의 Φ-자질의 자동 일치(default agreement)를 통해 형태적으로 3인칭 단수로 실현되며 복수화 구문은 T의 Φ-자질의 부분 일치(partial agreement)를 통해 3인칭 복수로 실현된 것으로 분석하여, 두 구문의 도출을 T의 Φ-자질 일치의 차이에 기인하는 현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