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자본주의 화폐가 어떤 미묘한 정치적·법적 조합 과정을 거쳐서 창조되는 지 분석함으로써 화폐에 대한 정치학적 설명을 하는 데 있다. 이 설명을 통해 자본주의 화폐를 정치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화폐는 특정 법체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보일 것이다. 이 특정 법체제는 고대 로마법에 기반해서 서구에서 발전하였는데, 그 특징은 소유법이 계약법과는 별도의 법으로 독립해 있다는 것이다. 즉, 로마법 전통의 서구의 독특한 소유권 제도 없이는 자본주의 화폐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본주의 화폐는 기본적으로 소유권을 확장하고 강화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그 소유권을 확장하는 방법은 소유권과 계약권을 교묘히 섞어서 둘 다의 이점은 취하여 책임은 최소화하고 권한은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유권과 계약권의 융합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불법이었으나,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합법적 제도로 정착된다. 본 논문은 이 정착이 어떤 법적·정치적인 역관계와 동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학적 이해는 경제학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것에 대한 도전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경제학의 근시안을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본 논문은 정치학적 설명을 전개했던 포스트케인즈 학파의 화폐론의 한계를 적절하게 비판하고 극복함으로써, 화폐에 대한 정치학적 설명의 지평을 넓히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노력을 통해, 화폐의 본질적인 위험성이 무엇인지를 부각시키고,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법적인 개혁이 가능한 지를 연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