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문명-문화와 종교와의 개념적 연관성을 검토하고 있다. 세 가지의 개념이 긴밀하게 얽혀있으면서도 그 개념적 복합성의 의미에 대해 별로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 다룰 영역은 1910년대 후반 이후, 특히 1920년대를 전후한 식민지 조선이다. 이 시기에 문명-문화개념은 서구에서 형성된 “civilization-culture” 의 번역어로서 작용한 측면뿐만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적 맥락, 그리고 3.1 운동을 전후한 식민지 조선의 상황이 얽히며 작용한 결과로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종교와의 개념적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주요 내용은 우선 문명과 종교의 관계를 개념적인 측면에서 언급하고, 문화와 종교의 연관성이 지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문화-종교의 개념적 연관이 만들어내는 세 가지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 속에 포섭된 종교는 기존 체제에 영합하거나 대항하기 위해 통합과 침투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주체화의 동인으로서 움직일 것을 요청받는다는 것, 둘째 요청에 불응하거나 역행할 경우에, 문명이 미신 범주를 가동시킨 것과 달리, 유사종교 및 사이비종교라는 범주를 움직여 자동 제거 절차를 진행시킨다는 것, 셋째 문화가 각각 민족에 고착될 경우와 민족 경계를 넘어 보다 광범위한 영역으로 이동할 경우에 종교적 대결이 심화되거나 유착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