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있어서 도성은 단순한 지배층의 집주지를 넘어서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고, 왕권의 위엄을 지상에 구현하는 의례공간이기도 하였다. 이에 고대 동아시아 각국은 도성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천하에 그 위엄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도성플랜과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왕권과 중앙집권적인 지배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사전에 일정한 준비단계를 거친 계획 천도가 단행된 경우에는 새로운 新都를 건설할 때 지배자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공간구조를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실제 계획 천도가 단행된 北魏 洛陽城을 비롯한 百濟 泗沘城, 高句麗 長安城, 日本 平城京에는 왕궁이 북쪽에 위치하는 좌북조남식 도성구조가 마련되면서 남북중축선이 설계되었고, 격자형 도로망에 의한 질서정연한 가로구획도 시행되었다. 이러한 도성구조의 요소는 왕권과 지배권력의 정당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무대장치로 활용되었다. 즉 왕궁을 북쪽에 배치하여 국왕이 南面하면서 통치하도록 한 좌북조남의 구조와 도성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남북대로의 존재는 곧 국가권력의 위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의례공간으로서의 기능까지 충실히 하였다. 더욱이 이들 도성에 나타나는 질서정연한 가로구획은 단순한 시설물의 배치와 거주지 규정을 넘어서, 도성에 거주하는 각 사회계층에 대한 통제와 신분적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