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로 도일한 재일조선인 여성의 역사에 관한 문헌 자료와 구술자료 수집·연구를 통해, 이와쿠니 조선인 여성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이주 경험과 전후 이와쿠니에서 지속된 민족차별의 역사적 조건과 그에 맞선 여성들의 활동을 고찰한 연구이다.
야마구치현 이와쿠니는 중일전쟁 하에 건설된 구일본군항공 기지에서 기원한 미군 해병대 기지가 있는 곳으로 다수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어 다수가 사망했으며 그 중에는 여성, 아동, 유아 사망자도 많았다. 일본의 패전과 조국의 해방을 맞아, 이와쿠니 조선인 여성들은 민족학교를 세워 민족교육운동에 헌신했다. 또한 그녀들은 이와쿠니의 정치·지정학적인 위치에 따른 조선인에 대한 탄압과 혹독한 생존권의 위협에 맞서 싸웠다. 계속되는 일본 사회의 민족차별로 많은 이와쿠니 조선인 여성은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자‘북조선 귀국사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이산을 초래해 역사에 심각한 단절을 가져왔다. 한편 한국전쟁 발발 후 이와쿠니는 미군기지가 더욱 확장되어 갔다. 미군범죄의 희생이 된 이와쿠니 거주 조선인은 미군범죄의 피해에 맞서 반기지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본 연구는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시야에 넣는 한국근현대사 연구방법론에 일조하되, 최근 재일조선인 여성사 연구의 경향에서 드러나는 재일조선인 여성운동의 비자율성, 혹은 북한 사회주의 혁명과 국가에의 종속성이라는 비판에 대해 재일조선인 여성 주체성의 근간은 무엇인지, 그녀들이 수행한 다양한 주체적 행위와 성격의 역사적 조건을 지역을 한정해 구체적으로 구명했다. 또한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과 젠더 차이에 따른 조선인사 연구의 단순화·균일화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