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는 훌륭한 언어 의사소통 능력은 사람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할 자질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언어 의사소통 능력은 인간이 마치 연장이나 특정 기술과 같은 외재적인 자질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품성과 심성을나타내는 표상으로 규정되고 있다. 언어 의사소통 능력이 인품과 심성의 질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유교에서는 인간의 내재적 가치와 자질인 인품과심성이 언어 의사소통을 통해서 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다른 한편으로는 언어 의사소통이 실제를 표상하는 데 제한과 한계가 있기때문에 언어와 의사소통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알려진 동양적 전통에서는 말하기를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며 억제해야만 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유교적 전통에서 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의사소통을 수행할 것을 권장하는 것으로밝혀졌다. 다만 언어 의사소통이 경우에 따라서는 인격 형성이나 인간관계및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 의사소통에 신중하고 조심할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유교는 언어 의사소통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인간의 품성과 태도, 의사소통의 내용, 수행방식, 상황 적확성 등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이 갖추고 있어야 할 품성과 태도는 겸손, 경청, 이타성, 강직함, 온화함, 진정성, 공정성 등이 있다.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의 내용은 사실과 이치 및 상황에 부합해야 하고, 특히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실용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타인을 배려하는선의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용의 의사소통이라면 적극적으로 임하고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보통의 경우 그러한 조건들을모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또한 말하기를 조심하고 신중(愼言)해야 하는것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언어 의사소통을 위한 수행방식과 상황 정확성에 대한 유교적관념은 철저하게 타인 중심적이다. 이는 유교의 핵심 개념인 인(仁)이 곧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는 공자의 정의와 관련이 있다. 이상적인의사소통의 수행방식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이해를잘 할 수 있도록 쉽고 명료하며 간결하고 체계적으로 말하기를 해야 하는것이다.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의 상황 적확성은 말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아니라 그가 처한 의사소통의 상황과 의사소통 상대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즉 의사소통 주체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이나 권한 또는 이익을 버리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의사소통 상대자 그리고 말차례와 상대자의 비언어적 표현에 의사소통의 주체자가 유의하고 적절히 말을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유교의 이상적 의사소통의 개념은 크게 여섯 가지의 특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의사소통은 인간이 갖추고 있어야 할 중요한자질이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과제이다. 이는 동아시아인이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서 의사소통에 적극적이지 않고 비소통적이라는 일상적인 통념과배치되는 발견이다.
둘째, 이상적 의사소통은 말하는 사람의 개인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사용되는 도구나 기술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정련된 인성과 심성의 발현체이다. 이상적 의사소통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인성과 품성은 겸손함, 경청, 이타성, 강직함, 진정성 등으로 유교의 이상적 인간이 갖추어야 할 자질인 忠과일치한다. 뤄양(2009)에 따르면 원시 유교에서 忠의 개념은 자신에 대해서진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사욕을 갖지 않으며 타인에 대해서 헌신하는마음을 표현하는 내면의 가치를 표현한다. 다시 말해서 충은 자신과 타인에대한 진실함과 진정성을 가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셋째,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성과 관련이 있다. 의사소통은 타인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상생적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좋은 사회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는 유교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인 恕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恕는 ‘如(동일한)’와 ‘心 (마음)’으로 이루어진 말로써 ‘공감(sympathy)’의 어원 동일한 ‘sym-’ 마음‘-pathy’과 같다. 恕는 자기 마음에서 추론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것(推己及人)으로 정의될 수 있다(뤄양 2009, 108). 恕의 개념은 내가 하고싶지 않은 것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과 타인의 성공을 통해서 나의 성공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으로 실현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을위한 인간의 태도와 품성과 수행방식에 특히 잘 나타나 있다.
네 번째, 유교의 이상적 의사소통 특징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이라면 지식수준이 낮거나 없는 사람들에게 쉽고 명확적극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서 기쁨을누려야 한다.
다섯 번째, 유교의 이상적 의사소통의 특징은 민주성이다.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그의 지위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사실 그대로의진실을 강직하게 펼칠 수 있는 浩然之氣의 기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섯 번째, 유교의 의사소통적 이상은 특정한 가치에 고정되어 있는 도그마가 아닌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고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고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한편으로는 겸손하고 온화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직하여야 한다.
또한 의사소통은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즐겨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한편으로는 신중하고 절제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상대자나 상황 그리고 말차례와 상대방의 반응 등에 유의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상적 의사소통의 특성은 많이 배운 지성인은 완고하지 않고 유연하며(學則不固) 한 곳에만 쓸모가 있지 않은 사람(君 子不器)이라는 유교적 관념과 상통한다.
유교의 이상적 의사소통의 개념에 따르면 이상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어떻게 하라는 정언적이고 규범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자신에게 문제가없는지를 성찰하고(反求諸己) 이기적이고 진실하지 못한 자아를 극복함으로써 진실하고 진정성이 있으며 이타적인 인격을 형성하여(克己復禮爲仁)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의사소통이 발현되도록 하고 있다.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에 대한 규정과 요인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의사소통 교육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한편으로는 이상적 언어 의사소통의 조건이 되는 인간의 품성과 타인 지향적이고 상생적인 태도를 배제하고 단지 외재적 기법과 능력으로서 언어 의사소통만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사소통 교육의 풍토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이익 추구와 경쟁력의 제고라는 이기적인 인격형성과 다수의 실패자를 전제로 하는 소수의 승리자를 지향하는 의사소통교육의 목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의사소통교육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가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