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구조적 관점에서 텍스트 복합체로서의 TV 개그의 여러 가지특성을 고찰·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개그콘서트’의 경우 행복한결말이라는 코미디의 일반적인 구성 요소가 생략되는 압축적인 구성을 보인다. 또한 개그의 핵심 부분에서는 대체로 유머텍스트의 ‘구조 만들기’와 ‘급소찌르기’의 구조를 가진 서사 행위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며, 하나의 서사행위 속에서 반전에 해당되는 ‘급소 찌르기’가 여러 차례 등장함으로써 웃음을 반복적으로 생산한다. 개그 코너가 스피디한 전개 속에 우스꽝스러움에 대한 웃음 유발을 지향하면서 다소 표피적인 웃음 코드를 실행하는경우가 많은 반면에, 사회 문제나 시사 문제 등에 대한 풍자나 패러디물을통해 수용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개그 코너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
이제 마지막으로 TV 개그의 기능적 측면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논문을마무리하고자 한다. 얼핏 보면 TV 개그의 텍스트적 기능은 화행론에 바탕을둔 텍스트기능 가운데는 사용자로 하여금 어떤 사안에 대해 일정한 의견·입장을 갖도록 하거나 행동을 취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호소 기능’에 가까워보일 수도 있다(Brinker 1988, 101). 하지만 이러한 의미의 호소 기능은 TV 개그의 기능적 특성을 드러내는 데 불충분하다. 그나마 구(舊) 동독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기능적-의사소통적 언어기술(Funktional-Kommunikative Sprachbeschreibung)에서 제시한 수용자의 내면세계 혹은 감정 상태에 영향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감정 변화 유발(emotionales Bewegen)” 기능이TV 개그텍스트의 기능에 더 잘 어울린다(FKS 1981, 23). 예를 들면 기쁨, 슬픔, 분노, 연민, 사랑 등과 같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것으로 축사, 애도사, 기념식 연설과 같은 텍스트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Schmidt 1980, 88), TV 개그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유발함으로써 재미, 즐거움, 흥겨움, 유쾌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개그텍스트에 대해 “오락 기능(Unterhaltungsfunktion)”(Gansel/Jürgens 2002, 73)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텍스트기능과 관련하여 의사소통 기능(Kommunikationsfunktion)과 오락 기능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것이다. 텍스트의 오락 기능은 의사소통 기능의 하위 유형인가, 아니면 의사소통 기능과 구분되는 또 다른 기능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Heinemann/Viehweger(1991, 149)의 텍스트기능 분류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먼저 텍스트기능과 관련된 세계를 (i) 현실세계와 (ii) 허구 세계로 구분한다. 전자에 관련된 텍스트기능으로 ‘자기표현기능’, ‘접촉 기능’, ‘제보 기능’, ‘조종 기능’을 제시하며, 후자에는 ‘미적 작용기능(ästhetisches Wirken)’이 속하는 것으로 본다. 주로 현실 세계와 관련된텍스트기능은 종종 텍스트기능 표지(Indikator)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 점에서 발화수반적(illokutiv)이며 텍스트내적 속성을 갖는다. 반면에 미적 작용기능은 이러한 발화수반적 텍스트기능을 바탕으로 2차적으로 발현되는 발화효과적(perlokutiv)이자 텍스트 외적인 기능이다. TV 개그의 오락 기능 또한주로 허구 세계와 연관된 기능이며, 현실 세계 연관 텍스트기능을 바탕으로웃음을 통해 수용자의 재미와 흥겨움을 유발하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미적작용 기능과 마찬가지로 발화효과적이다. 간젤(2014, 107)에 의하면 미적 작용 기능이나 오락 기능은 “수용자 중심적인 요소”, 즉 “텍스트가 수용자에게어떤 작용을 야기”하는가라는 “작용 기능(Bewirkungsfunktion)”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발화 효과 행위에 해당하는 언어적 성희롱이 원칙적으로수용자의 느낌, 감정에 따라 성립 여부가 결정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자가어떠한 발화를 했느냐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용자 개인의 감정 체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듯이, 텍스트의 작용 기능도 어느 정도 “관습화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의도와 작용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한다(간젤 2014,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