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현대 동(북)아시아(환동해지역) 문화 속에서 생태적 삶의 전형으로 자리한 변방의 원주민 형상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의미를 분석한다. 동아시아인의 생태공간에 대한 지리적 상상과 그것의 메커니즘으로서의 녹색 오리엔탈리즘(Green Orientalism)의 응시 구조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녹색 오리엔탈리즘은 발전 오리엔탈리즘(Development Orientalism)을 환경적으로 전유한 시각이다. 정치적인 발전 오리엔탈리즘은 빈곤하고, 미개하고, 전통중심적인 남(Global South)에 대해 근대화되고 과학적이고 민주화된 북(Global North)으로 공간분할을 위계화하고 이를 정당화한다. 녹색 오리엔탈리즘은 이러한 이분법을 뒤집어 저개발 지역이 생태적 보전지역이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녹색 오리엔탈리즘 역시 정치적 오리엔탈리즘과 마찬가지로 중심부로부터 밀려난 주변부 지역에 대한 공간 분할을 문제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남과 북의 거시적 공간 분할은 각 사회의 미시적인 공간 분할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원주민은 생태학적으로 가치 부여되며 동시에 근대 문명의 바깥으로 주변화 되는 포함과 배제의 이중 과정에 포섭되어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00년대 대중 미디어가 생산하고 있는 ‘원주민’ 문화 표상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녹색 오리엔탈리즘의 의미와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대상 지역은 동아시아에서 생태공간으로 부상한 환동해지역, 특히 한반도의 북방, 즉 옛 만주와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다. 이 지역은 원시림과 초원이 발달해 있으며, 대체로 경제적으로 저발전 지역이 많다.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환경파괴 심화로 인해 이들 지역은 새로운 생태적 보존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가치 변화는 동아시아 생태담론이라는 사상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본고는 한국, 중국, 러시아 다큐멘터리 작품을 중심으로 원주민 문화 표상을 추출하고, 이러한 문화 표상의 메커니즘으로서의 녹색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함으로써, 동아시아 생태담론의 논쟁적 차원을 면밀히 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