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은 일차적으로 눈에 들어온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고정화된다. 이미지는 앎의 대상이 아니라 느낌과 감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의 각인과 규정화는 사람들에게 일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낳고 사물의 본질이 아닌 사물의 허상 즉, 이미지의 환상을 좇게 만들 수 있다. 즉 이미지로 인하여 재구성된 현실이 새로운 가치관, 규범, 질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지 사용의 목적과 활용이 뚜렷할수록 두드러진다. 중국 윈난(雲南) ‘중디엔’(中甸)현이 ‘샹그릴라’(香格里拉)현으로 개명한 사례가 그러하다. 2001년 12월 17일 중국 윈난의 ‘중디엔’지역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샹그릴라’현으로 개명되었다. 중디엔은 샹그릴라로 개명한 후, 토착민들의 삶의 형태와 지향점, 정체성, 문화, 가치관 등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어떤 집단이나 사회가 새로운 개념이나 이미지의 파장에 들어갔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 중의 하나는 기존의 그들의 시공간을 지탱해주던 객관적 정체성과 정신적 토대들을 포기하거나 애써 잊어버리고 그것들에 상응하는 새로운 물적 토대와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개명된 샹그릴라 지역의 토착민들은 지금 그러한 경험을 하고 있다.
본 글의 목적은 18세기 서구의 다양한 계층(식물학자, 탐험가, 선교사, 고고학자)들의 개인적 도전과 국가차원의 지원 속에서 추진된 아시아의 탐험, 요컨대 그들의 목숨을 건 경험과 고찰 속에서 발견된 중국 윈난지역이 어떻게 중국 안에서 새롭게 ‘샹그릴라’라는 개념과 이미지로 탄생했는지? 또한 개명된 샹그릴라는 어떤 이미지를 계승하고 개념화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면서, 그 출발점을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서구사회에서 ‘샹그릴라’라는 키워드가 대중적으로 각인된 사회적 배경과 그로 인한 상징의미가 무엇인지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샹그릴라의 이미지와 개념이 전통적인 중디엔 지역에서 어떤 파급효과와 새로운 이미지를 파생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