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역사(교과서) 논쟁에 관해 다루었다. 한국의 역사논쟁은 본질적으로는 식민지 경험과 그것의 극복 대안으로 삼았던 민족주의에 대한 태도, 그리고 그것과 연결된 민주화와 반공주의에 대한 문제로 압축된다. 학계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그 같은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의 논쟁은 과도한 정치 개입으로 인해, 그 같은 본질적 논의가 왜곡되고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5년 정부의 국정화 조치는 다시 한 번 역사(교육)을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논쟁은 지난 20년보다 더욱 퇴보적이 되었다.
이 논문은 한국의 역사논쟁 과정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면서 논쟁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했다. 그 결과 몇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먼저 현재의 논쟁을 본질적인 논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에서 국가와 정치의 개입을 최소화시킬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현재의 논쟁이 보소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근대 100년을 재해석할 거시적 사관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다시 말해 근대 100년에 대한 미래지향적 사관의 재정립이 논쟁의 본질적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결국 이 논문은 역사교육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학술적 합의, 그리고 근대 100년에 대한 관점의 재정립이라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역사교육과 국가(정치)와의 관계, 21세기 한국 역사교육의 독립적 목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라는 좀 더 본질적인 논의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