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책의 뒤표지에서 그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블러브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블러브가 해당 책을 실제로 구매하도록만드는 대단히 중요한 텍스트 기능을 수행하고, 따라서 주도면밀한 텍스트구성 전략이 발휘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표지의 핵심정보인 ‘제목’의경우, 텍스트 분석이 심도 있게 이루어져온 것과 분명대조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고는 최근 8년간 출판된 여행 안내서 20권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이에 나타난 블러브의 독특한 텍스트 구조적 특징과 언어적특성을 분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블러브 생산전략을 추출해 보았다.
여행서를 분석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다른 텍스트 장르와 달리 여행서의경우, 하나의 주제(여행지)를 다룬 다양한 변이형들이 존재하기에 구매력이분산될 가능성을 태생적으로 갖게 되는 결과, 구매력과 직결되는 블러브의구성이 고도로 전략적으로 이루어지리라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용서라는 속성상, 문학이나 예술 등의 심미적 텍스트 장르에 비해 정형화된 양상이 드러나리라 기대되어 아직까지 블러브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분석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현 상황에서 블러브 분석의 우선적인 분석대상텍스트 장르로 삼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블러브의 텍스트언어학적 분석은 내부적 관점과 외부적 관점에서 진행시켰다. 먼저 내부적 관점에서의 분석을 위하여는 텍스트 구조와 언어적 특성을 살펴보았다.
블러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보였는데, ‘서두 → 본문 → 마무리’의 삼단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서두’에서는 이하의 본문에서 기술할 사항을 요약하는, 곧 요지 위주의 발언이나 해당 여행서의 차별화된 기획의도와 구성을 그대로 명시하는 메타적 담화가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차별화 전략이 이처럼 여행서의 블러브에서 적극 발휘되는 것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다양한 변이형들이 존재하는 여행서의 독특한 텍스트 상황이 블러브 생산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된 결과라 보았다.
‘본문’은 여행서에 따라 여행장소, 여행상황, 여행일정 가운데 하나를 주된항목으로 선택하여 이와 관련된 대표정보를 구획화 시켜 나열하는 구성을예외 없이 보여주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여행이 갖는 본질적 속성인 다양한 경우의 수와 이에 대한 독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만족시켜 줄 수 있음을효과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마무리’의 경우, 서두 담화의내용을 환언시켜 기술하는 경우와 여행서에 부속하여 제공되는 수록물을 광고하는 경우로 크게 대별되었다.
한편 여행서 블러브를 언어 층위별로 분석해 본 결과, 어휘 층위에서는숫자와 외국어의 잦은 사용이, 문장 층위에서는 명사문, 명제문의 사용과 느낌표의 사용이 두드러졌으며, 담화 층위에서는 운율적 요소가 나타나기도하였다. 특히 명사문과 명제문은 ‘개념화’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어 주목되었는데, 개념을 응축시키고(명사문) 시공간의 좌표를 무화시킴으로써(명제문) 구매 가능 독자의 기억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담화 내용을 구체적인시공간이 무화된 진공 상태에 둠으로써 해당 여행서의 정보 가치를 절대적인진술로 현시하는 효과가 파생된다고 보았다. 잦은 숫자의 사용과 운율적 요소의 활용 역시 기억의 용이성을 위한 전략으로 지적될 수 있었다.
여행서 블러브에 나타난 이러한 텍스트 구조와 언어적 특성을 토대로 어형 단순화, 차별화, 대표정보 위주의 항목별 나열식 구성을 통한 효과적인현시, 명사문과 명제문을 통한 개념화 및 숫자, 운율적 요소 등을 통한 기억의 용이성 전략을 블러브의 주된 생산 전략으로 추출해 보았다.
한편 보다 거시적으로 전체 텍스트 생산과정에서의 작가의 블러브 생산전략을 규명하기 위해, 블러브가 앞표지와 함께 ‘표지’를 이룬다는 점에 주목하여, 외부적 관점에서 앞표지와 블러브를 비교 대조해 보았다. 이를 통해 앞표지의 핵심정보가 뒤표지의 블러브에서 대표정보 위주로 예시되고 상세화되는 양상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텍스트 전체 구성에서 보았을 때에 앞표지의 핵심어인 ‘제목’과 관련된 정보를 블러브에서 예시로 ‘상세화’한다는 것, 그리고 상세화할 때에 ‘단순하고도 압축된 어형과 응축된 개념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일견 상충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앞표지에 대해 블러브가 감질 맛 나는(teasing) 약간의 정보를제공함으로써 텍스트에 대한 궁금증을 오히려 강력히 촉발시키고 이 궁금증의 해결을 위해 본 텍스트로 본격적으로 돌입시키도록 추동하는, 블러브의독특한 텍스트 기능이 언어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 본다. 달리 말하면 ‘압축’ 과 ‘상세화’의 아이러니는 책 구매 과정에서 앞표지와 본 텍스트의 중간단계를 점하며 양자의 교량 역할을 하는 블러브의 양가적 특성이 언어화된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