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소설에서 바다는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등과 같이 대립적인이미지들이 서로 연결되어 끝없이 순환한다. 이는 우주적 율동으로서의 자연의 질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한승원의 소설에서 성은 바로 이러한 바다를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한승원의 작품에서 성은 생명유지로서 종족보존으로서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표출된다. 한승원은 성을 가학과 피학으로 보고 생명력의 예찬 혹은 우주적 율동의 비의(秘意)로 읽는다. 이 때그 율동의 시원은 우주적 자궁으로 이는 생산, 생식을 위한 율동이다. 한승원은 인간의 생명은 신비로운 우주의 시원적 생명력과의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한 부분이라고 보고 그 곳과의 접촉 통로로 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승원의 작품에서 시원적 생명력은 우주의 율동 원리로 그것은 자연과 인간에게 내재된 변증법적 극복의지로 작용한다.
한승원의 여성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일차적으로 이와 같은자연의 바다 생명체와 갯가 사람들이며 다음으로 어머니와 누나 아기업개들이다. 한승원은 엄한 아버지 아래서 주눅 들린 채 성장하면서 하고자 하는일마다 거부당하였는데 그 때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도움에 의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어머니의 헌신적 희생에 대한 강박과 부채의식으로부터 생겨난 어머니 콤플렉스는 그의 문학적 화두들 중 한 요소로 여성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한승원은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인간에게 내재된 생명력에 주목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누님과 아기업개는 생계를 꾸렸던 어머니를 대신하여 사랑을 주었으며 한승원으로 하여금성에 눈 뜨게 했던 여인들이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성과 사랑은 대체로육체적 사랑을 기초한 에로스적 사랑으로 가학과 피학의 형태로 형상화되며가학을 자행하는 남성을 피학 대상인 여성이 포용함으로써 궁극에는 아가페적 사랑에 이르는 것으로 확장된다. 한승원의 작품에는 대부분 폭압적인 남성들에 의해 유린당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때 그 남성들을 포용하고 훼손된 성을 치유하는 것은 상처 입은 여성들의 질긴 생명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