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험한 바다에서의 조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다양한 종교활동과 의례활동을 행한다. 의례과정에서 어민들은 신의 은총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수산물 등을 제물로 바친다. 그런데 모든 수산물이 제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의 속성 또는 관습적 이유 때문에 일부 수산물을 제물로 사용하지 않는다. 베트남 섬선시 어민들도 자신이 잡은 수산물 중 물천구라는 생선을 신에게 바치지 않는다.
현재 물천구는 겨울철 어민들의 주요한 수입원이며 식생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의례과정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의례과정에서 나타나는 물천구에 대한 금기와 그 현상에 대한 어민의 설명을 구성하는 사회경제적 맥락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의례행위에 대한 설명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베트남 섬선시 어민들은 물천구를 신에게 바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세 가지 방식으로 설명한다; “우리들이 전부 먹어버렸기 때문에 신에게 바칠 것이 없다.” “못생겼기 때문에 바치지 않는다.” “바친 이후에 먹으면 식어서 맛이 없기 때문에 바치지 않는다.” 섬선시 어민들이 물천구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금기에 대한 그들의 설명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어민들은 물천구를 먹기 전부터 크기와 관계없이 신에게 바치지 않았다. 물천구는 못생겼고 불결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성한 의례과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물천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그것은 어민들의 식생활과 경제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러한 현재적 상황에 비추어 의례과정에서 물천구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설명한다. 못생겼다고 하는 상징적 요인에 의해 그것에 대한 금기가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는 사실과 식으면 맛이 없다고 하는 경험적 사실에 의해 그러한 금기 행위가 재생산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물천구는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종교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