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첫 번째 소설 『썩은 잎』에 대한 대부분의 비평과 분석은 『백년의 고독』출간 이후에 이루어졌다. 이 연구들은 주로 포크너와 울프의 소설과 이 작품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작품이 실패한 소설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정립된 내적 독백의 본질과 특징에 대한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주변적 근대성의 관점에서 볼 경우에는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이 글은 『썩은 잎』의 텍스트가 제시하는 작중인물의 상이한 현실과 내적 독백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이 소설의 형식이 작품의 세계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형식과 내용의 연결 관계를 통해 이 작품을 구성하는 내적 독백은 비관적이고 비극적인 세계관에 적절하게 사용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썩은 잎』은 시간과 공간이 정확하게 구성되었으며, 작중인물들의 내적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짜 넣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쁨을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비롯해 육체적 느낌까지도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작품임이 드러난다. 따라서 『썩은 잎』의 내적 독백은 정확하고 적절한 형식이었고, 그것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내용 역시 콜롬비아 해안지방의 근대화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