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만주사변 이후 일본과 만주를 연결하는 제3루트로서 등장한 동해횡단항로의 성격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북조선 동부지역의 항만축조 상황을 검토하고, 다음은 제3루트가 등장하게 된 배경 및 북조선 동부3항과 만주를 연결하는 철도망의 연결 문제를 검토했다. 그리고 제3루트가 가지는 군사적 특성과 그 운용 실태를 분석했다.
제3루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요구되었다. 첫째는 ‘우라[裏]일본’ 지역의 상공업자들의 요구였다. ‘우라일본’ 지역의 상공업자들은 만주가 일본의 세력권에 편입되자 동해를 ‘호수화’하여 개발이 늦어진 ‘우라일본’ 지역을 만주와 연결하는 현관으로서 개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을 거점항으로 선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우라일본’ 각 지역 간에 치열한 경쟁과 대립이 일어났다. 또한 제3루트는 수익성 면에서 제1, 제2 루트와 비교하여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둘째는 만주국 유지와 소련에 대한 방어라는 군사적 목표를 가진 관동군의 요구였다. 관동군은 유사시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만주와 가장 가까운 연결루트인 제3루트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관동군의 군사적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우라일본’ 지역의 상공업자들은 각 지역 간의 상충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내지 못했다. 결국 일본정부가 이 사태에 개입하여 관동군의 군사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우라일본’ 상공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타개책을 마련하게 된다. 일본정부의 해결책은 1935년과 1938년 두 차례에 걸쳐 제시되었는데, 이 두 가지 타협안은 ‘우라일본’ 지역 민간상공업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일본 군부의 군사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로 제3루트인 동해횡단항로는 일본제국이 패망할 때까지 주로 군사항로로 이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