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60년대~80년대의 한국사진의 흐름에서 ‘영상사진’이 무엇을 의미했으며 이는 사진에서의 모더니즘에 대한 자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기존의 사진비평에서 이 시기의 경향은 크게 생활주의 리얼리즘, 아마츄어의 살롱사진, 프로페셔널의 광고사진으로 나눠서 분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주의적, 기능주의적 관점은 사진이 어떻게 폭넓은 사회적 이슈와 공명하면서 시각적 가능성을 확보해 가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반면 순수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시기의 사진은 ‘현대사진’으로 나아가지 못한 기나긴 미발달의 시기로 해석된다. 이러한 제한적 비평의 관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이 글은 사진가 육명심(b. 1933)의 글과 사진에 초점을 맞추어 60년대부터 지속된 다양한 사진적 실험들을 모더니즘 사진의 수용과 번역과정으로 해석할 것이다. 특히 그의 사진적 실험을 압축하는 개념인 ‘영상사진’이 전통적 주제물과 접목되어 ‘한국적 사진미학’의 가능성의 토대를 구축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그가 ‘우리 것 삼부작’이라 부르는 〈백민〉, 〈장승〉, 〈검은 모살뜸〉은 그러한 문화적 독자성에 대한 탐색이며 모더니즘 사진의 한국적 번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육명심의 작업은 토속의 삶에 퇴적된 시간의 무게와 질감을 빠짐없이 길어올리며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세계의 합일’이라는 익숙한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또다른 전통의 존재감을 포착한다. 그것은 현대화의 충격에 흡수되지 못했거나 화해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토속의 질감과 무늬, 그리고 물질성이다. 육명심의 전통의‘영상’은 기존의 사진사에서 논의된 바 없는 1960~80년대 사진의 의미와 가치를 새로운 해석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