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국과 일본의 근대 문학 형성기에 ‘감각’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밝히기 위해 1920년대 일본 ‘신감각파’의 ‘신감각’과 1930년대 김기림의 ‘감각’ 개념을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신감각파’와 김기림은 자본주의 근대 도시라는 유사한 삶의 조건 속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인해 ‘감각’의 개념이나 역할을 다르게 제시했다. 요코미쓰 리이치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신감각파’는 반자연주의, 반리얼리즘, 반사소설의 기치 아래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문예’를 추구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긍정적인 시공간으로 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감각’을 통한 ‘새로운 표현’의 창조가 곧바로 ‘새로운 문예’의 창조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 결과 이들이 추구한 ‘신감각’은 표현과 ‘문체의 새로움’에만 한정되었다. 일본의 ‘신감각파’와 달리 김기림은 피식민지 근대 주체로서 자본주의 근대 도시의 이중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기교’와 ‘감각’에 대한 프로문학의 비판과 이들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압력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감각’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림은 ‘감각’을 자본주의 근대 도시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매개로 규정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의 ‘신감각파’가 자본주의 근대 도시의 속성을 ‘문체의 새로움’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근대 문학을 구축하려 했다면, 김기림은 ‘감각’을 매개로 객관세계와 주관세계의 어긋남을 표현함으로써 근대성과 도시성에 내재된 이중적 속성을 드러내야 하는 한국 근대 문학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