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어스틴 애비는 브로드웨이(Broadway)에 거주하며 삽화, 회화, 벽화를 통해 영국의 미술 경향을 미국 미술계로 활발하게 전달한 인물이다. 1880 년대 중후반 영국중서부의 브로드웨이는 애비, 사전트, 밀레를 포함해 미국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장소였다. 브로드웨이는 미술 공예 운동과 관련된 이들에게 대안이 되었으며, 미술 공예 운동이 사라져 간 자리는 미국 출신의 예술가, 작가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애비는 중세 전원도시의 영감의 원천지로서 브로드웨이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특히 애비는 1885년부터 1889년까지 런던 북서부의 브로드웨이에 거주하면서 미국에서 삽화가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문학 테마를 더욱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또한 애비의 영국 미술 수용 과정에서 로열 아카데미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비는 1896년 로열 아카데미 준회원으로, 1898년 로열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애비는 정신적 가치와 도덕성의 강조, 중세주의에 대한 관심, 풍부한 세부묘사와 꼼꼼한 제작 기법에서는 라파엘전파의 미술을 수용했으며, 문학 테마의 선택, 테마를 다루는 방식은 로열 아카데미로부터 수용했다.
애비는 로열 아카데미가 권장하는 문학 테마 가운데 셰익스피어 문학과 테마에 집중했다. 애비가 로열 아카데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미술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복잡한 셰익스피어 문학 테마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애비가 로열 아카데미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또 다른 이유는 세세한 시기 연구와 텍스트에 기반한 역사적, 고증적 자세와 접근 방식 때문이다. 애비는 골동품과 중세, 의상, 건축 등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화, 문학, 유럽 역사에 대한 고증적 자세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역사화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애비의 영국 정착 과정에서 라파엘전파와 로열 아카데미 미술 수용 과정을 기술함으로써 영국 미술이 미국 미술로 전파된 보다 구체적인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미국 미술가들의 정착촌 브로드웨이의 형성과 애비의 영국 정착 과정을 기술함으로써 라파엘전파, 미술 공예 운동과 관련된 영국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류, 제작, 전파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