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무엇하나 한 길에서 흘러오고 한길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이러한 사회에서 연극 역시 다원화될 수밖에 없다. 전통극과 화극은 이미 ‘大戱劇’의 범주에서 포함되어 되었다. ‘대희극’ 개념은 배우, 관객, 극장, 극본의 연극 4요소가 있는 모든 종류의 서사성을 띤 예술을 포괄한다. 연극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일성을 전제로 파생된 개념이다. 서양과 동양 연극, 화극과 전통극, 포스트 드라마와 전통 연극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모든 것이 한 곳에 공존하는 것이 현대 사회이고, 연극 문화 역시 다원화되었다.
절강소백화월극단은 1984년 창단되어 월극 현대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90년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대 흐름을 놓치고 단장 마오웨이타오와 그가 영입한 궈샤오난을 주축으로 또 한번의 월극 현대화를 시도했다. 두 사람은 월극의 음악과 방언, 여자 월극은 그대로 지키고, 나머지 요소들은 돌파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극단 30주년이 되던 해까지 〈寒情〉(1997년), 〈孔乙己〉(1998년), 〈藏書之家〉(2004년), 〈春琴傳〉(2006년), 신판 〈梁山伯與祝英臺(이하 梁祝)〉(2006년), 〈江南好人〉(2013년), 〈步步驚心〉(2013년), 〈二泉映月〉(2014년)을 무대에 올렸다.
이들의 월극 현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과감해서 월극의 오랜 팬들에게 외면을 받기도 하고,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마오웨이타오와 궈샤오난은 우선 신인을 양성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잠재력 있는 배우를 영입하는가 하면, 학교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신인을 양성하기도 했다. 이들의 월극 현대화는 우선 극본 문학의 현대화를 꾀했다. 기존 월극이 재자가인의 사랑 이야기만을 천편일률적으로 다룬 것에 반해,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동시에 기존의 월극 작품이 주로 봉건 시대의 관념을 모티프로 삼은 것에서 벗어나 동시대의 다양한 주제들을 작품화했다. 연기·연출의 다원화를 도모해 인물의 다양한 심리 갈등을 ‘백’으로 드러냈으며 사유하는 연극으로 기능했으며 음악극(뮤지컬)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또 중국 전통극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소였던 각색행당 체제의 틀을 깼다. 모든 작품에서 극작술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부채의 사용이었다. 부채는 문학적 상징과 연극적 상징으로 쓰이는데, 현대화된 작품에서 이 두 측면이 모두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