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의 경제사상에서 양대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서 자본주의의 발전』(1899)과 『제국주의론』(1916) 간에는 중요한 불연속성이 존재한다. 『발전』과 『제국주의론』 간에는 제1차세계대전 이후 제2인터내셔널 마르크스주의의 기계론적 유물론 및 경제결정론과의 단절이 놓여 있다.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경제학 비판에 대한 레닌의 진정한 기여는 『발전』이 아니라 『제국주의론』에서 이루어졌다. 또 『발전』에서 레닌의 『자본론』 이해는 리카도주의적 및 논리역사주의적 편향을 보인다. 그러나 『제국주의론』에서도 제2인터내셔널 마르크스주의의 문제 설정은 완전히 청산되지 못했으며, 이는 혁명이 퇴조하면서, 신경제정책의 형태로 되살아난다. 레닌의 경제사상의 문제점들은 레닌 사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진보 진영에서 스탈린주의적 및 개량주의적 문제설정들, 예컨대 자본주의의 진보성론, 독점자본주의 단계론, 자본주의 유형론(‘앵글로-아메리카 자본주의’ vs. ‘라인 자본주의’) 등을 조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