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뇨의 세 번째 단편집이자 첫 번째 유고작인 『참을 수 없는 가우초』는 문학과 세계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이 포괄적으로 담긴 문학적 유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세계가 상호텍스트성과 탐정소설에 기초하여 잔학한 현실을 탐색하듯이, 이 작품집 또한 그러한 문학적 특징들을 공유한다. 이 작품에 포함된 5편의 단편은 폭력에 지배된 절망적 인간, 폐허로 전락한 세계, 영속적으로 반복되는 범죄, 예술의 잔학성, 선과 악의 모순적 아이러니를 그려냄으로써 근대세계에 내재된 다양한 병증을 추적하고 있다. 더불어 두 편의 에세이는 출판계의 수익지상주의, 작가정신을 상실한 문단, 그리고 사회문화적 역할을 상실한 논단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볼라뇨는 이를 통해 병든 세계를 성찰하고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