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용운(1879-1944)의 한시, 시조, 자유시를 대상으로 한 작가에게 각각 다른 시가 갈래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상관관계를 연구한 것이다. 19세기까지의 한시와 시조의 상관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20세기의 한 사례로서 한용운에게 있어서 한시와 국문시가는 어떤 기능과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20세기 초 다른 시인들이 한시는 짓지 않고 전통 한시를 국역한데 비해 한용운은 한시와 시조라는 전통 시가와 당대 근대 자유시를 모두 직접 지었다는 점에서 20세기 초 한시, 시조, 자유시의 위상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Ⅱ장에서는 시적 화자와 실제 시인의 관계가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한시와 시조에서는 실제 작가가 처한 상황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고 지명, 교유 인물 등이 나타나 화자와 실제 시인의 거리가 가까운 반면에, 자유시에서는 남성 승려 시인인 것과 무관하게 님을 기다리는 여성 화자를 내세우고 있고, 그 ‘님’은 정체가 명확하지 않고 누구나가 될 수 있어서 누구나 겪는 보편적 상황인 이별에 대하여 수용자가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보편성이 더 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Ⅲ장에서는 시어와 문체, 시의 구조를 갈래별로 비교해보았다. 한시는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자기 고백적인 문체가 많고, 시조는 외형적으로는 대화체를 취하고 있어도 남을 가르치려는 교훈적 태도를 취하거나 화자 자신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조에서 종장 종결어미가 생략되거나 문장의 호흡이 길고(2구~6구가 1문장인 경우), 6구 형식으로 6행 배열을 하되, 2구+4구나 1구+3구+2구 등의 다양한 내적 구조로 화자 주도적이고 화자 중심적인 화법을 보인다. 반면 자유시에서는 청자의 존재를 확실히 보여주고 청자를 높이는 경어체와 일상 구어와 방언의 사용으로 친근감을 더하고, 호격, 의문형 등으로 청자를 적극 끌어들이며 1구=1문장으로 차근차근 청자와의 소통성을 높이는 수용자 지향적 화법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한용운에게 ‘한시와 시조’는 자기 고백적인 시로서 개인성과 특수성의 시라면, ‘자유시’는 독자를 위한 시로서 집단성과 보편성의 시라는 대비적 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한용운이 가진 당시 시단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에 한용운만의 특성이라 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에 상하남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로 향유한 시조가 맡았던 기능과 특성이 20세기 초에는 자유시로 옮겨진 것을 볼 수 있다. 고급화된 기록문학으로서의 시를 지향하면서도 더 많은 수용자를 포용하는 것이 21세기 이 시대의 시가 나아갈 방향임을 한용운을 통해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