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일고 있는 탈식민프로젝트에서 핵심원리로 작용하는 상호문화주의를 파울루 프레이리의 해방, 즉 인간화를 위한 교육론과 맞물려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볼리비아 탈식민운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원주민운동은 볼리비아가 그 어떤 나라보다 상호문화주의를 가장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형태로 구현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해 왔다. 상호문화주의의 정신은 많은 부분에서 파울루 프레이리의 철학과 맞닿는다. 원주민사회운동이 상호문화주의 실현의 토대와 지향점을 법과 교육, 그리고 정치의 영역으로 삼고 있음은 실제로 프레이리가 줄곧 주장했던 진정한 교육, 다시 말해 인간을 자유케 하는 교육이 필연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과 일치한다. 또한 지배계층에 의해 제시된 기존의 다문화주의와는 차별화되는 원리로서의 상호문화주의는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배경과 맥락에 놓은 성원들이 대등한 위치에 공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론의 영역에서서로 대화하고, 지식을 생산해 내고,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가져야 함을 분명히 한다. (재)인간화를 통한 새로운 세계의 실현을 위한 싸움의 시작이 억눌린 자여야 하며,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억눌린 자와 억누르는 자 모두의 인간화가 가능하다고 역설한 프레이리의 교육론은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현실 무대에서 한창 실험되고 있는 상호문화주의의를 이해하는 데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 준다.